2025년은 기후변화 대응 규제가 새롭게 등장하기보다, 기존 논의들이 보다 선명한 방향성을 드러낸 해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감축 목표 설정보다는 이미 도출된 목표를 실제 정책과 시장 환경에 맞추어 어떻게 실행하고 관리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두드러졌습니다. 기후, 에너지, 공시, 무역 등 많은 영역에 걸쳐 있는 논의가 점차 '이행과 검증'이라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실무적 단계로 진입한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1️⃣ 국내 정책: 환경부 개편과 실행 중심의 거버넌스 강화
국내에서는 기후 대응과 관련한 정책적 변화가 뚜렷했습니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환경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되면서, 기후변화 대응은 환경 정책의 한 분야를 넘어 에너지와 산업 구조 전환을 포괄하는 핵심 국정 과제로 격상되었습니다. 이는 감축 목표 설정 이후 단계, 즉 정책의 이행 관리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그동안 목표와 이행 수단 간의 연결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던 만큼, 이러한 변화는 기후 정책의 무게중심이 책임감 있는 실행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 에너지 정책: 전력망 확충과 무탄소 전원의 구체화
재생에너지 정책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은 재생에너지 확대의 고질적 걸림돌이었던 전력망 병목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려는 첫 걸음입니다. 이어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중장기 전력 수요 전망과 함께 재생에너지와 무탄소 전원의 역할을 한층 구체화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재생에너지가 기업의 자발적 선택이나 이미지 제고 수단에 머무르기보다, 전력 수급 안정성과 비용 구조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기본 조건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3️⃣ 국제 규제: 공시 데이터의 정확성과 검증 가능성 중시
국제적으로는 유럽을 중심으로 공시와 무역 규제가 점차 데이터의 정확성과 검증 가능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2025년 들어 CSRD와 ESRS를 둘러싸고 간소화 논의를 통해 기업 부담이 다소 완화되었지만, 이는 공시의 중요성을 약화시키기보다는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속도 조절에 더 가깝습니다. 배출량 산정의 일관성, 기후 리스크와 재무 영향 간의 연결, 데이터 산정 과정의 투명성 등 공시의 핵심 요구사항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기후 정보는 점점 더 관리 가능한 데이터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4️⃣ 공급망 관리: CBAM을 통한 배출량 관리 감독 강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역시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 배출량을 산정하고 보고하기 위한 요건과 절차는 다소 완화된 반면, 과소보고나 제도 회피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리와 감독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CBAM은 단순한 무역 규제를 넘어, 공급망 전반에서 배출량 데이터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산정·관리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장치로 작동하게 될 전망입니다.
결론적으로 2025년은 기후변화 대응이 선언적 목표 설정의 영역을 넘어 에너지 정책, 산업 전략, 통상 환경과 맞물린 종합적 이행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줍니다. 정책과 제도의 관점은 계획 수립을 넘어 '실행과 책임'으로 이동했습니다. 앞으로 기업과 사회는 기존에 형성된 정책적 방향들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현실에 맞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