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재무제표’라는 단어를 그렇게 자주 접했던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3~4년 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주식투자 열풍이 불어왔을 쯤이요. 그때는 ‘알아둬서 손해볼 건 없겠지’하는 생각으로 재무제표가 뭔지 가르쳐주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EPS(주당 순이익률)가 뭔지 따위를 공부했는데요. 이제는 당시 제가 공부한 이상으로 재무제표 속 ‘기후 리스크의 영향‘에 주목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뉴스레터에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공개한 기후 리스크의 재무공시 지침 초안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이어서는 중국이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다루어 보았어요. 이번 뉴스레터도 탄소중립 관련 최근 동향을 알차게 전달드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으니,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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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티클: 기후 리스크, 구체적 재무공시 지침 나왔다 / 중국, 온실가스 '총' 배출량 관리 시작
2. 뉴스 클리핑: 미 SEC 기후공시 의무화 적극 추진 / 유엔 탄소 크레딧 사용 탄소 상쇄 반대 등
3. 당장 써먹는 조각지식: 온실가스 배출계수 알아보기 - Tier2 배출계수
4. 엔츠 소식: 엔츠가 탄소중립엑스포에 참가합니다! (9월 4일 ~ 9월 6일, 부산 BEXC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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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1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Board, IASB)가 기후 리스크의 영향을 재무공시에 반영하는 방법을 다룬 지침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또 다른 공시 기준?
다행히, 이 지침이 확정되더라도 또 다른 '공시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지침은 지난 해 발표된 IFRS S1, S2 표준에 따라 공시하는 기업을 돕기 위한 보완적 성격의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침이 기업의 재무 공시에 기후 리스크로 인한 영향을 반영하는 방법을 여덟 가지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IASB의 의장 안드레아스 바르코(Andreas Barckow)도 "투자자들은 기후 관련 리스크를 의사결정에 반영한다는 뜻을 분명하게 전달했다"며, 이번 지침 제안이 기업들이 기후 리스크의 재무적 영향을 더 잘 공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돕고자 함이 목적임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잠깐, 기후 리스크란
기후 리스크에 대한 정의와 분류는 TCFD(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에서 2017년 공개한 권고안을 따르는 것이 국제적 표준입니다. 권고안은 기후 관련 리스크를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 물리적 리스크는 기후변화로 인해 기업의 자산이나 공급망이 물리적인 영향을 받아 발생하는 위험을 의미합니다. 이는 급성 리스크(태풍, 홍수 등)와 만성 리스크(평균 기온 상승, 강수량 변화 등)로 세분화됩니다.
- 전환 리스크는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책, 사회, 경제적 요소의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를 의미합니다. 정책 및 법률 리스크(탄소세 도입 등), 기술 리스크(친환경 기술로의 대체), 시장 리스크(소비자 선호도 변화), 평판 리스크(기업의 환경 정책에 대한 평가)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기후 시나리오와 재무 영향 산정방법
기후 리스크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분석이 필요한데요. 대표적인 시나리오로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채택한 SSP(공통사회경제경로) 및 RCP(대표농도경로) 시나리오가 있는데요. 각 시나리오는 적극적인 기후 정책을 가정하는 낙관적 시나리오부터, 현 추세가 지속되는 중간 시나리오,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한 비관적 시나리오까지 다양한 미래 상황을 가정하고 기후의 변화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기후 리스크의 재무영향 평가는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먼저 해당 자산의 미래 가치를 예측하고, 여기에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도출해낸 해당 자산의 물리 리스크나 전환 리스크로 인한 예상 손상율을 적용합니다.
기후 리스크의 재무공시 반영,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산정한 기후 리스크의 재무영향을 기업의 기존 재무 공시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까요? 바로 이 내용이 IASB가 이번 지침에서 소개한 내용입니다.
이번 지침에서 다루고 있는 8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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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AS 1, IFRS 18 - 특정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것만으로는 사용자가 기업의 재무 상태와 경영 성과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없는 경우, 추가 공시를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
** 회계기준의 '일반 요구사항' - 특정한 상황이나 항목에만 적용되는 '특정 요구사항'과 달리, 모든 기업이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전반적으로 따라야 하는 기본적인 원칙이나 지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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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해야 하는 일
이번 지침 초안 발표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기후 리스크로 인한 재무 영향 공시를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재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시그널입니다. 작년 IFRS S2를 통해 관련 기준을 만들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공시방안이나 현행 회계기준들과의 연결성을 공개하지는 않았었기에 조금은 모호한 감이 있었다면, 이제는 ‘구체적으로 이렇게 공시하라’는 가이드까지 내놓았기 때문이죠.
다만 그렇다고 이 초안이 기후 리스크의 재무영향 산정 방법론 자체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에게는 여전히 자산에 대한 기후 리스크와 그로 인한 재무영향 산정이라는 핵심적인 숙제는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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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다 온실가스 배출 국가인 중국이 2026년부터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기준으로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국무원에서 공표한 ‘이중탄소배출 관리체계 구축 촉진 사업계획’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제15차 5개년 계획기간이 시작하는 2026년부터 온실가스 총 배출량 기준 감축 목표를 보조 지표로 활용할 거라고 합니다.
단위당 배출량 감축목표 vs 총 배출량 감축목표
이전까지 중국은 에너지 사용량 또는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해 왔습니다. 이는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에 맞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뜻인데요. 중국은 2030년 국내총생산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보다 60~65% 줄이겠다고 목표를 세운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30%, 50% 감축하겠다고 목표를 세우는 것에 비해 GDP 단위당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는 것은 보수적이라는 비판이 따라다녔죠. 이에 중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국정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해왔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공표한 ‘이중탄소배출 관리체계 구축 촉진 사업계획’에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는 국내총생산 단위당 배출량을 주요 지표로,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보조 지표로 쓰되 2030년부턴 총 배출량을 주요 지표로, 단위당 배출량을 보조 지표로 쓰겠다는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이 외에도 ▲주요 산업 분야의 탄소회계 매커니즘 개선 ▲기업 에너지 절약 제도 완비 ▲제품별 탄소배출량 인증 제도 도입 등 산업 전반의 탄소배출을 관리하려는 정책이 포함되었는데요. 이는 중국이 온실가스 최다 배출국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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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의 배출량 감축 목표는?
그렇다면 다른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권 국가들은 얼마 만큼의 감축 목표를 세웠을까요?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AT)의 발표 결과 중국 다음으론 미국, 인도, EU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각국의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와 탄소중립 관련 정책을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 우선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할 것이고,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미국의 탄소중립 정책으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가 가장 두드러지는데요. 이 법은 재생에너지 생산과 청정기술(수소 등) 투자, 전기차 구입 비용 등에 대한 세액을 공제해 줌으로써 미국의 에너지 안보와 기후 변화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 반면 인도는 207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인도의 경제는 세계 평균과 비교해 두 배 가량 더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며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에너지 수요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에 인도는 2047년까지 에너지 독립을 목표로, 신재생 에너지로 얻은 전기를 물(H2O)에 가해 수소(H2)와 산소(O2)를 생산하는 그린 수소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렸습니다.
- EU의 감축 목표도 미국과 유사합니다. EU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탄소중립 정책으로 미국에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있다면 EU에는 탄소중립 산업법이 있는데요. EU의 탄소중립 산업법은 탄소중립 기술의 제조역량과 공급망을 확대함으로써 EU 경제와 사회를 탈탄소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아직 최종 시행일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요국의 탄소중립 정책은 자국에만 적용되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일례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선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가 아니면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은 미국 시장에서 단기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에요.
이 밖에도 수출 기업에 제품에 내재된 탄소배출량 정보를 요구하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의 청정경쟁법까지, 해외의 탄소중립 정책 동향을 유심히 살펴보고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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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C, 기후공시 의무화 반대 소송에 적극 대응 천명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후공시 의무화 규정의 시행이 보류된 상황에서도, 소송 중인 법원에 이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SEC는 기후공시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수적이며, 기관의 권한에 부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SEC의 기후 공시 관련 규정은 보수와 진보 양측에서 모두 소송을 걸며 현재 도입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지난 뉴스레터 참고하기)
- 공화당 하원의원 18명 "IRA 혜택 폐지 원치 않는다" 서한
18명의 미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마이클 존슨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인플레이션감소법(IRA)의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하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기후단체의 연구에 따르면 IRA로 창출된 신규 일자리 중 58%가 공화당이 장악한 지역구에 속해 있다고 합니다. 존 포데스타 백악관 기후 고문은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향후 정권을 누가 잡든 IRA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MS 주도의 탄소제거 시장, 2분기 역대 최고 거래량 기록
탄소제거 크레딧 인증기관 CDR.fyi가 올해 2분기 탄소제거크레딧 시장 거래량을 발표했습니다. 거래량은 역대 최고치인 480만톤으로, 이로써 2024년 2분기까지의 거래량이 전년도 총 거래량을 이미 초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CDR.fyi는 거래량의 91% 가 마이크로소프트인 점을 들어 다양한 주체들을 참여시킬 동인이 필요하다는 점, 탄소제거의 방법이 아직 다양하지 못한 점 등을 들어 여전히 시장 성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 2027년 EU 디지털제품여권 도입…“개발·입법 동향 예의주시 필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디지털제품여권(DPP)의 2027년 도입을 전망하며 관련 기업들에게 관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을 제언하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DPP는 QR코드 등을 통해 제품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지난 해 7월 18일 발효된 에코디자인 규정안(ESPR)에 따라 DPP 도입도 확실해졌습니다. 규정에 따르면 EU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DPP가 부착되지 않을 경우, 과징금이나 시장 퇴출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골드만삭스 "EU ETS 배출권, '28년 톤당 130유로까지 2배 급등"
골드만삭스가 EU 배출권거래제(ETS)에서 배출권 가격이 2028년까지 톤당 130유로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2022년 유럽의 에너지 위기 이후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투자 붐이 일어 가스 공급이 크게 늘었고, 이로 인해 가스 소비와 배출량이 늘어나면서 배출권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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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계수 알아보기 - Tier 2
지난 조각지식 시간에는 Tier 1 배출계수인 IPCC 배출계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조각지식 시간에는 그 다음 단계의 배출계수인 Tier 2에 대해 설명드리려고 해요.
Tier 1 배출계수는 IPCC에서 제공하는 기본 배출계수인 만큼 Tier 1 배출계수를 쓰면 배출계수를 직접 개발하는 데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장점인 반면, 국가마다 다른 산업 환경 등을 제대로 반영해내지 못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Tier 1 배출계수보다 정확도가 높은 배출계수가 바로 Tier 2 국가 고유 배출계수인데요. 우리나라에선 환경부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가 국가 고유 배출계수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각 연료에 대한 고유 배출계수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배출량 보고 및 인증에 관한 지침>의 [별표12]에서 그 값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력 배출계수는 [별표6]의 '39. 외부에서 공급된 전기 사용'에서 별도로 다루고 있는데요. 전력배출계수는 Tier2 국가 고유 전력배출계수로 고정되어 있으며, 2018년 기준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계수 3개년 평균 값을 갖고 있습니다.
Tier 2 배출계수는 국가 단위로 온실가스 인벤토리 작성할 때, 특정 산업 부문에 대한 배출량을 추정할 때, 국가 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할 때 등에 주로 쓰이는데요. Tier 2 배출계수보다 더 정확하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해내고 싶을 땐 Tier 3 배출계수를 쓰면 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Tier2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지니는 Tier3 배출계수를 살펴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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