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후공시 규칙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논란이 많은 규칙 답게 공화당 위원 2명은 반대했지만 민주당 위원 3명이 찬성하며 최종 채택되었는데요. 이 규칙은 투자자들이 일관되고 비교가능한 기후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미국의 상장기업들에게 기후 관련 위험 · 온실가스 배출량 ·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지출 등에 대해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이 규칙이 승인된 것이 가지는 의미와 주요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SEC 기후공시규칙 승인, 무슨 의미지?
“투자받는 기업이 ‘완전하고 진실한 정보를 공개'하는 경우에 한해, 투자자는 어떤 투자 위험을 감수할지 결정할 수 있다.”
미국 연방증권법의 기본적인 거래 원칙입니다. SEC는 이 원칙의 핵심인 ‘공시’를 감독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가치 중립적인 기관의 특성상 지금까지 기후 위험에 대해서는 아무런 역할을 담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전문 투자자와 투자기관이 기후 위험을 고려하여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고, 국제적으로 기후 정보를 요구하거나 탄소배출량 감축을 유도하는 규제도 활발해지고 있죠. 이에 Russell 1000 기업 중 90%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기후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등 많은 기업이 기후 위험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각 기업들마다 조금씩 다른 범위와 형태로 이를 공시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었는데요. 이와 같은 상황에서 SEC가 담당해야 할 역할은 기후 공시의 일관성, 비교 가능성 및 신뢰성을 향상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이에 이번 규칙을 통해 미국 상장기업에게 기후공시를 할 때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과 범위, 형태를 제안한 것이죠. 또한 기업이 기후공시를 SEC 제출 서류에 포함하게 되면 제출 서류에 대한 관리 절차를 밟게 되기 때문에, 기존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통한정보공개에 비해 더욱 신뢰성 있는 공시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럼 어떤 내용인데?
하나. 검증받은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공시할 것 상장 대기업(LAF, Large Accelerated Filer)과 상장 중기업(AF, Accelerated Filer)은 기업의 전환 위험 또는 기업이 공개적으로 밝힌 목표를 측정하기 위한 정량적 지표로서 직접 배출량(Scope 1)과 간접 배출량(Scope 2)을 공개해야 합니다. 또한, 배출량 산정에 사용된 주요 가정과 방법론, 배출량 정보의 출처, 지표의 정확성과 신뢰성 향상 등을 위하여 각 배출량에 대해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상세 검증 조건은 기업규모에 따라 상이)
다만 SEC은, 초안 발표 후 제출된 의견들을 고려해 Scope 3배출량의 공개에 대해서는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늘날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 의사 결정에 있어 기업의 Scope 3 배출량 정보를 활용하고 있긴 하지만, 규칙을 간소화하고 법적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는 입장입니다.
둘. 기후 위험에 대한 거버넌스 정보를 공시할 것
최종 규칙은 기업의 비재무정보 공시 규칙인 ‘Regulation S-K’를 개정하며, ① 기업이 직면한 중요한 기후 관련 위험, ②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기업이 활용하는 모든 거버넌스 및 프로세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셋. 기후 위험으로 인한 재무영향을 공개할 것
기업은 극한 기후를 비롯한 기후 위험으로 인한 기업의 재무적 영향을 공개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재무제표의 주석를 통해 극한 기후로 인해 발생한 비용, 손실, 자본화 비용, 청구액 등을 공개해야 합니다. 이러한 공시는 투자자들에게 현재 기후 위기가 기업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에 대하여 파악할 수 있게 하고, 비재무정보 공시 규칙(Regulation S-K)을 통해 기업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정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될 것입니다. |